아픈 역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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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 시내 곳곳에는 근대건축물들이 남아 있다. 사진은 구 동본원사(좌)와 구 호남은행(우) 건물.

최근 군산을 비롯한 대구, 부산 등에서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들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 건물들은 해방 후 ‘강요된 근대 유산’,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로 늘 철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실제로 상당수의 근대건축물들이 해방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사람들의 인식이 ‘아픈 역사도 역사’라는 쪽으로 바뀌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목포에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들도 마찬가지다. 한일합방 이후 일본은 목포 만호진터에 영사관을 열고 본격적인 근대도시 개발에 착수했다. 많은 일본인들이 이주해왔고, 학교를 비롯한 경찰서, 형무소, 법원 등 건물이 속속들이 들어섰다. 해방 이후 상당 수 사라져 지금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제법 완벽한 모습을 지키고 있는 건물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건물이 목포근대역사관으로 쓰이고 있는 구 일본영사관 건물과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이다.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 ‘구 일본영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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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인 구 일본영상관 건물. 현재는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인들이 목포에 와서 가장 먼저 지었던 구 일본영사관은 노적봉 아래의 나지막한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1900년 12월 완공한 르네상스식 건물로, 대부분의 근대건축물처럼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이 건물은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이다. 건물의 외벽 곳곳에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 문양이 새겨져 있다. 내부도 마찬가지다. 이 문양 때문에 더욱 건물의 보존과 철거를 두고 말이 많았다. 하지만 건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목포 문화재 중에서는 유일하게 국가사적 제289호로 지정돼 있다. 이 건물은 을사늑약 후 통감부의 하부기관인 이사청의 청사가 됐다가, 목포부 청사, 목포시청, 시립도서관, 목포문화원 등으로 사용됐다. 그러다 지난 2014년 4월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이곳 역사관에는 일제강점기의 삶과 애환이 담긴 유물과 사료 약 백여 점이 전시돼 있다. 수탈과 약탈의 도구가 된 토지측량기부터 축음기, 인력거 등 전시 품목이 다양하다. 전시관은 1층과 2층에 걸쳐 총 7개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제2관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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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로 쓰였던 목포근대역사관 제2관.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은 특히 악명이 높았다. 

구 일본영사관 건물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는 목포근대역사관 제2관으로 변모한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변 곳곳에는 여전히 일본식으로 지어진 가옥들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은 2곳이다. 그중 목포지점은 부산의 동척에 비해 규모와 건축사적 측면에서 모두 앞선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일제 식민정책의 선봉기관으로 수탈과 약탈을 일삼는 첨병 기관이었으며, 전국 각지에 지점을 두고 있었다. 목포지점은 1921년 지어졌는데, 전국 각지의 지점 중에서도 소작료를 가장 많이 걷는 곳으로 악명 높았다. 해방 이후 해군목포경비부, 해군헌병대가 사용하다 방치되어 있던 것을 지난 2006년 내외부를 수리하여 목포근대역사관으로서 탈바꿈시켰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 자료 위주로 꾸며져 있다. 수탈한 농산물을 싣고 떠나는 화물선이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서민들의 표정, 일본 순사들의 표정이 담긴 사진까지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다.